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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여행]
춤으로 물든 거리, 아와오도리 축제

글ㅣ 역운영1팀 김시원 사원님

안녕하세요. 역운영1팀 김시원 사원입니다.

최근 혼자 5박 6일간 일본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러 도시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곳은 도쿠시마현에서 열린 ‘아와오도리(阿波踊り)’ 축제였습니다.

'아와오도리’는 일본에서 400년 넘게 이어져 온 전통 춤 축제로, 도쿠시마의 옛 지명 ‘아와(阿波)’와 ‘춤’을 뜻하는 ‘오도리(踊り)’가 합쳐진 말입니다. 말 그대로 ‘도쿠시마의 춤’이죠. 도쿠시마 사람들에게 여름은 곧 아와오도리의 계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거리 전체가 무대가 되는 축제

축제가 열리는 기간 동안 도쿠시마 시내 곳곳은 사람들로 붐빕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춤추고, 웃고, 함께 어울리는 거리 전체가 하나의 무대가 됩니다.
낯을 가리는 편인 저도 어느새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며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아와오도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연무장(演舞場)’ 공연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렌의 등장, 그리고 공연의 시작

도쿠시마역 남쪽을 흐르는 신마치강 주변에는 여러 개의 연무장이 설치됩니다.
이 무대에서 공연을 선보이는 팀을 일본어로 ‘렌(連)’이라고 부르며, 각 렌은 독창적인 춤과 의상, 음악으로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공연은 약 100분 동안 진행되며, 관람객은 유료 좌석을 예매해 지정된 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좌석 등급은 보통 C, B, A, S, SS석 등이 있으며, 저는 운 좋게도 S석에 앉아 무용수들의 표정과 동작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춤의 구성

공연이 시작되면 렌이 질서정연하게 행렬을 이루며 등장합니다.
대체로 여성 무용수의 ‘온나오도리(女踊り)’가 먼저 등장하고, 뒤이어 남성 무용수의 ‘오토코오도리(男踊り)’가 이어집니다.
남성 무용수들이 부채(우치와)를 들고 춤추는 모습이 많아 ‘우치와오도리’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이는 비공식 별칭이며 정식 명칭은 아닙니다.

이들의 뒤에는 초친(提燈, 종이등)을 들고 걷는 인원과, 북·징·피리·샤미센으로 구성된 ‘나리모노(鳴り物, 반주단)’가 뒤따릅니다.

춤과 음악, 구호가 한데 어우러지며 도쿠시마의 여름밤을 환하게 밝히는 장관이 펼쳐집니다.

얏또사!”—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구호

아와오도리 공연의 묘미는 무용수와 관객이 함께 만드는 에너지입니다.

무용수들이 “얏또얏또!(ヤットヤット!)”라고 외치면 관객들이 “얏또사!(ヤットサー!)”로 화답하는데요,
이는 일본어로 ‘흥을 돋우는 掛け声(가케고에, 구호)’로, “가자!”, “해보자!”와 같은 기운을 북돋우는 외침에 가깝습니다.

예전에는 일부 지역에서 “얏또사”를 “오랜만이야” 같은 인사말로 해석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축제의 흥을 함께 나누는 구호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멈출수없는춤의선율

춤이 이어지는 동안 무용수들이 자주 외치는 전통적인 선창(시구)이 있습니다.

一かけ二かけ三かけて、四かけた踊りは止められぬ (이치카케 니카케 산카케테 시카케타 오도리와 야메라레누)
한 번, 두 번, 세 번 춤을 추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어

五かけ六かけ七かけて、八っぱり踊りは止められぬ (고카케 로쿠카케 시치카케테 얏빠리 오도리와 야메라레누)
다섯 번, 여섯 번, 일곱 번쯤 추다 보면 역시 멈출 수 없어

이 시구는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춤”이라는 뜻으로, 아와오도리의 열정적인 정신을 유머러스하게 담고 있습니다.

화려한피날레와여운

공연의 마지막은 부채를 활용한 군무로 장식됩니다.

렌마다 개성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관객의 환호 속에 축제가 절정을 맞습니다. 무대가 끝나자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고, 저 역시 여운에 쉽게 자리를 떠날 수 없었습니다.

아와오도리 축제는 단순한 지역 행사가 아니라,
세대를 이어 전통과 지역의 자부심을 전하는 일본의 대표 여름축제였습니다.

한여름의 무더위조차 잊게 만든 그날의 도쿠시마는 지금도 제 기억 속에서 리듬과 환호로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다시 그 열정의 한가운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