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RO9 BOARD
신호를 넘어,
철도의 미래를 보다
글ㅣ 신호팀 이승민 대리님
초보 신호인이 경험한 철도신호 워크숍 현장
지난 9월 17일부터 18일까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국내 철도 신호 분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철도신호 워크숍’이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행사는 철도기술연구원이 주관한 도시철도 운영기관 신호분야 워크숍과 철도신호기술협회·철도기술연구원이 공동 주관한 철도신호기술 세미나로서 이틀간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지난 8월, 운영본부 역운영처에서 기술본부 1센터 신호팀으로 전보되어 이제 막 신호 업무를 시작한 ‘초보 신호인’입니다.
그만큼 이번 워크숍은 제게 단순한 교육 이상의 의미를 지녔습니다. 한국 철도의 현재 기술 수준과 나아갈 방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고, 앞으로 신호 담당자로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준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워크숍 첫날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주관으로 ‘해외 도시철도 신호 개량 사례 발표’가 진행되었습니다. 발표에서는 연구원이 그간 수행한 대표 연구 성과와 세계 주요 도시철도의 신호 시스템이 비교·소개되었으며, 특히 기존 2세대(GSM-R) 통신 대비 5배 빠른 속도를 가진 LTE-R 기반 열차제어 기술이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LTE-R 기술은 궤도회로 없이도 열차 간 간격을 실시간으로 제어할 수 있는 ‘이동폐색방식(Moving Block)’ 기술로, 향후 국내 도시철도 전반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기존 고정폐색방식의 한계를 보완하면서, 보다 정밀하고 효율적인 운행을 가능하게 하는 이 기술은 한국 철도 신호시스템의 미래를 보여주는 핵심 기술 중 하나로 평가되었습니다.
이어서 열린 차기 개최지 선정 회의에서는 도시철도 운영기관 간 협력과 교류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매년 순환 개최되는 신호 워크숍은 그 자체로 기관 간 기술 교류의 장으로서 의미가 큰데, 이번 회의에서는 2026년 부산교통공사, 2027년 인천교통공사, 2028년 서울교통공사에서 개최하기로 확정되었습니다. 참석자들은 각 기관의 특성을 살린 워크숍 운영 방향과 주제 발굴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며, 행사가 단순한 발표의 자리가 아닌 ‘지속 가능한 협력 플랫폼’으로 발전해가고 있음을 체감했습니다.
새로운 철도신호시스템의 구축
첫 번째 세션은 ‘새로운 철도신호시스템의 구축’을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한국형 열차제어시스템 레벨2(KTCS-2)가 소개되었으며, 기존 해외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국산 시스템으로 단계적으로 개량해 나가는 추진 계획이 발표되었습니다. 또한 IP 기반 전자연동장치의 개발 및 실용화 현황, 오송 제2관제센터 구축과 구로 제1관제센터 개량 등 철도교통관제의 고도화를 위한 주요 프로젝트가 함께 소개되었습니다.
특히 관제센터 현대화는 단순한 설비 개선을 넘어 철도 운영 전반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핵심 과제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실시간 데이터 기반의 통합 제어 체계는 향후 스마트 관제의 기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구축 철도신호시스템의 변화
두 번째 세션에서는 ‘철도신호시스템의 변화’를 주제로 LTE-R 기반 열차제어용 무선설비와 열차 가상편성(Virtual Coupling) 기술이 다뤄졌습니다. 열차 가상편성이란 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여러 열차가 무선통신으로 하나의 편성처럼 움직이는 기술로, 열차 혼잡도에 따라 편성 단위를 유연하게 조정함으로써 수송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또한 현재 사용 중인 일부 외산 신호 시스템 부품의 단종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무선통신방식 개선과 국산 소프트웨어 통합 플랫폼 개발 계획도 함께 발표되었습니다. 이는 향후 철도 신호의 디지털 전환과 국산화 추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안전과 유지보수
마지막 세션은 ‘안전과 유지보수의 디지털 전환’을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유지보수 업무가 인력 중심의 현장 점검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예방 중심의 유지보수 체계 구축과 원격점검 시스템 확대의 필요성이 강조되었습니다. 특히 시스템이 점점 디지털화됨에 따라 기계적·물리적 안전장치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언급하며, 사이버 보안·데이터 관리·소프트웨어 안정성 확보 등 새로운 형태의 안전 기술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이 세션에서는 단순히 기술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철도안전 개념이 ‘사람과 데이터, 시스템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로 확장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이틀간의 워크숍을 통해 철도신호시스템은 ‘국산화’와 ‘디지털화’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기술 속에서, 안전과 효율을 함께 잡기 위한 철도 신호 기술의 발전 방향이 한층 더 구체화되고 있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비록 이제 막 신호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지만, 이번 경험은 단순한 견학이 아니라 ‘철도의 본질과 사명’을 다시 생각하게 한 시간이었습니다. 신호는 단순한 기술이 아닌, 열차의 흐름을 지키고 사람의 안전을 연결하는 언어입니다. 이번 워크숍에서 배운 지식과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9호선 신호시스템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