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RO9 Lounge
[추천장소]
서울 한가운데서 즐기는 예술 올스타전
글ㅣ 기술계획처 이정엽 부장님
예술로 떠나는 서울 나들이
휴일 오후, 아내와 함께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을 찾았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은 철도 교통이 발달해 차 없이도 하루 만에 문화 체험을 다녀올 수 있어 참 편리합니다. 오랜만에 둘만의 서울 나들이라 설레는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이번 전시 「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는 요하네스버그 아트갤러리의 소장품 중 17세기 네덜란드 황금기 미술부터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 미술까지, 시대와 사조의 변화를 한 흐름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전시장을 거닐다 보면 마치 미술사의 강을 따라 여행하는 듯, 예술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첫 순간 눈을 사로잡은 작품은 다니엘 세이거스의 <꽃병에 꽂힌 꽃>이었습니다. 살아있는 듯한 튤립의 질감에 아내와 저는 말없이 눈을 마주쳤습니다.
윌리엄 터너의 낭만적인 풍경화를 지나,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 <레지나 코르디움>앞에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강렬한 색감과 품격 있는 표정이 작품 속 인물에 생명을 불어넣은 듯했습니다.
이상하게도 오래 시선을 붙잡은 작품은 존 에버렛 밀레이의 <한 땀! 한 땀!>이었습니다. 바느질하는 여인의 모습에서 소박한 일상의 따뜻함이 전해졌습니다.
비슷한 정서를 담은 요제프 이스라엘의 <목가!>는 첫 연인의 설레는 마음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평온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귀스타브 쿠르베의 <에트르타 백악 절벽!>은 장대한 스케일과 힘 있는 붓질로 압도했습니다. 이어진 공간에서 만난 밀레의 <농군>과모네의 <봄>은 마치 예술 올스타전을 보는 듯 반가웠습니다.
특히 외젠 부댕의 바다 풍경은 하늘과 바다, 해변의 빛을 섬세하게 포착해 인상주의의 매력을 한껏 보여주었습니다.
전시를 한 바퀴 돈 뒤, 그의 작품을 다시 보기 위해 인상주의 섹션으로 돌아갔을 정도입니다.
오래전 먼 곳에서 그려진 작품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이번 전시는 감상과 사색을 원하는 이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선물이 될 것입니다.
세종대왕이 내려다보는 경복궁 앞, 현대적이면서도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예술과 마주하는 시간은 일상의 피로를 덜어주고 마음을 정화시켜 줍니다.
전시는 8월 말까지 계속됩니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미술관에서 눈과 마음을 깨끗이 씻어내는 시간을 꼭 가져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