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RO9 PEOPLE
단합된 팀워크로 지켜내고자 한
고객의 생명
글ㅣ 승무처 최경일 차장
지난 4월, 우리 9호선 기관사분들이 쓰러진 고객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승무처 노사 한마당 행사 이후 기관사 네 분이 집으로 복귀하던 중 마주한 사고였는데요, 침착하게 상황에 대처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 속 이야기를 승무처 최경일 차장님 글을 통해 자세히 들려드리겠습니다.
만약 사람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선한 일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어떤 대답들을 할까? 자신의 재산을 기부해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을 말할 수도 있겠고 자신의 재능을 사용하여 다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일들이 언급되겠지만 누가 나에게 한 가지를 말해보라 한다면 위기에 빠진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만큼 선하고 아름다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만일 의사가 아닌 일반인인 우리에게 생명이 위태로운 다른 이를 살리는 기회가 오고 또 그것을 해낸다면 너무나도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부터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의 작지만 최선을 다한 노력이 모여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한 과정을 얘기해 보려고 한다.
지난 4월 16일은 소공동에서 승무 6팀 노사한마당 행사 날이었다. 점심 식사를 시작으로 덕수궁 견학, 미술관 관람을 하였고, 돌담길 산책과 간단한 다과를 함께하며 담소도 나누었다. 혼자 일하는 근무의 특성상 다수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데 오랜만에 각자의 개인사도 나누고 업무에 대한 생각들도 공유하며 소통과 교감의 시간을 가졌다.
행사가 마치고 서로 좀더 가까워졌다는 유대감을 느끼면서 집으로 복귀하던 중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겼다. 10시 30분이 조금 지난 늦은 시간. 이수현(이하 L)사원, 우영민(이하 W)과장, 김유리(이하 K)과장과 함께 2호선을 타고 오다 당산역에서 9호선으로 환승 후 역에 진입하고 있는 일반열차를 타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승강장을 향해 걷고 있었다.
승차 위치에 거의 도착할 때 쯤 갑자기 지나온 에스컬레이터 쪽에서 쾅하는 굉음과 함께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전도사고임을 예상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L과 W가 “사상사고 같다. 가보자”라는 말과 함께 번개같이 달려갔고 K마저 열차를 그냥 타려고 하는 나를 두고 그 둘을 따라나섰다. ‘근무 중도 아닌데 뭘 나서냐’고 혼자 중얼거리며 나도 느릿느릿 일행을 따라갔다. 주변에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나처럼 소극적인 태도로 서서 보기만 했다.
에스컬레이터 하단에 중년 남성이 쓰러진 채 방치되어있음을 확인한 W는 급히 비상정지 버튼을 눌러 가동 중이던 에스컬레이터 운행을 멈췄고 공간확보를 위해 우왕좌왕 혼잡하게 서성이는 사람들을 일정 위치까지 뒤로 물러나게 했다.
사복 차림이었지만 마치 나는 ‘9호선 직원 입니다.’라고 하듯 L이 ‘고객님 정신 차리세요!’라고 여러번 큰소리로 남성의 의식 여부를 확인했다. L이 남성의 의식이 없다는 싸인을 하자 W가 곧바로 119에 전화해 사고접수를 하였고 곁에 있던 K는 고객안전원에게도 빨리 알려주는 게 좋겠다며 당산역 안전관리실에 통화를 시도했다.
그 사이 남성 고객의 호흡이 없음을 확인한 L이 순간의 지체도 없이 두 손을 모아 남성의 가슴에 올리고 두 팔을 쭉 편채 교육 영상에서 보아오던 아주 정확한 자세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꽤 시간이 지나도 남성의 호흡 및 의식이 돌아오지 않자 W는 AED가 필요하다고 외쳤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없자 W가 직접 AED를 가지러 가려는 찰나 ‘후’하고 남성이 짧고 굵게 숨을 내쉬었다. 호흡이 돌아오자 L이 다시한번 남성의 의식을 확인했지만 남성은 계속 누운 채로 어떤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전도 사고 환자이고 머리부위에 출혈의 기미도 보여 함부로 옮기거나 하면 위험해 질 수 있다는 판단하에 우리는 일단 남성 곁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잠시 후 9호선 근무복을 입은 직원 두 분이 오셨고 고객 안전원임을 알게 된 우리는 남성을 인계한 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비록 끝까지 함께하여 후속 조치하지는 못했지만 일단 남성의 호흡이 돌아와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당산역으로 들어오는 열차를 타고 집으로 복귀했다.
다음날 확인한 바로는 남성 고객은 무사히 집으로 복귀했다고 들었고 그저 지켜만 보았지만 같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일행들의 행동은 참으로 보람되고 감동적인 일이었다.
사고 발생 순간 누구보다 빠르게 나서서 마치 교육 영상을 보는 듯 신속하고 정확하게 조치하는 L과 W의 실행 능력과 팀워크, 비록 통화 연결은 안됐지만 내부 보고도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고객안전원에게 빠르게 사고 통보를 시도한 K의 경력에서 온 기지. 그리고 안전 교육 때 인공호흡과 심폐소생술은 생명과 연관된 중요한 일이라며 교육과 실습에 심혈을 기울인 승무 팀장님들의 숨은 노고가 한데 어우러져 완성된 하나의 작품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