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선 추천
[추천글]
마흔에 시작해야 할 운동
글 ㅣ 경영기획처 천필재 과장
제목을 보고 골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사회적 위치나 경제적 여유도 생길 나이니, 마흔쯤이면 이제는 골프라는 세계에 들어가기에 적당한 나이라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친구들도 대부분이 골프를 친다. 다들 나에게 얼른 골프를 시작하라고 말한다. 복음을 전파하듯이, 이 좋은 것을 왜 안 하냐고 닦달한다.
그러나 나는 그런 권유와 다르게 마흔에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 유튜버가 달리기를 하고 난 뒤 자신의 인생이 여러 면에서 좋아진 것에 관해 이야기했다. 여러 장점보다도 그 사람의 표정이 개운해 보였다.몸에 묻어 있는 나쁜 것들을 다 털어버려서 홀가분해진 것처럼.
그래서 나도 달리기를 통해 개운해지고 싶었다. 그게 아마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인 것 같다. 처음에는 5킬로미터 정도를 뛰었던 것 같다. 새벽에 일어나 목표한 거리를 뛰었을 때, 예상했던 대로 기분이 좋았다. 헬스장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난 뒤 느끼는 감정이랑 달랐다. 옷이 다 젖을 정도로 땀을 흠뻑 흘린 뒤 집으로 걸어오는 데, 오늘 하루가 어떻게 되던 생산적인 것을 하나는 했다는 성취감이 들었다.
그 뒤로 뛰다 안 뛰다를 반복하다, 주기적으로 뛴 게 1년은 넘은 것 같다. 보통 10킬로미터를 달린다. 시간은 한 시간 정도이다. 주변에서 지겹지 않냐고 묻는다. 여러 감정이 들어서 지겹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아직 마라톤 풀코스를 뛰어본 적이 없다. 만약 42.195킬로미터를 뛴다면, 아마 저 감정의 흐름이 여러 번 그리고 길게 오지 않을까 싶다.
달리기 이후 신체적으로 좋아진 것들이 몇 개 있다. 우선 잠을 잘 잔다.자려고 누우면 곧 잠이 들고, 자는 동안 깨는 일도 적어졌다. 아무래도 신체의 피곤이 숙면을 불러오는 것 같다. 일어나서 아침에 배변활동도 좋아졌다. 체력도 2~30대 때 보다 좋아졌다고 느낀다. 무엇보다 큰 수확은 혈압이 떨어진 것이다. 건강검진을 하면 늘 혈압이 정상 수치보다 조금 높게 나왔는데 이제는 정상범위다. 나에겐 만병통치약 같다.
생각이 제약 없이 흘러가게 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시간을 나는 달리기를 할 때 채운다.
그렇게 달리기가 끝나면, 땀으로 흠뻑 젖어, 그 유튜버같이 개운한 얼굴이 된다. (내가 내 얼굴을 보진 않았지만)
달리기만큼 준비물이 필요 없는 운동이 있을까? 개인 운동이다 보니, 누구와 시간을 맞출 필요가 없다. 운동화만 신고 달리면 되니 특별한 장비도 필요 없다. 공간의 제약이 없다 보니 예약하거나 비용이 들지도 않는다. 그저 나가서 달리면 그때부터 시작이다. 골프의 목적지는 라운딩이다.
이 모든 게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달리기라는 운동과 똑같다.
5킬로에서 시작해서 10킬로, 점점 달릴 수 있는 거리가 늘다 보니 풀코스에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오는 춘천마라톤 대회에 풀코스를 신청했다. 처음 신청해보는 마라톤대회다. 달리기를 하면서 춘천에서 꼭 뛰어보고 싶었다. 춘천의 가을을 달리는 것이 너무 예쁘다는 것이다.
달리기를 끝내고 이걸 한 번 더 뛰어야 한다니, 내가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처음 5킬로에 힘들어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미래는 모르는 것이다. 앞으로 남은 기간 연습을 통해 풀코스를 달릴 수 있는 몸을 만들고 싶다. 9호선 여러분들도 달리기로 신체와 정신의 건강함을 단련시켜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