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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여행]
템플스테이 체험기-단양 구인사
글 ㅣ 인사처 이가영 대리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현대인인 여러분들은 당연하게도 스트레스와 함께 살아가고 계실 겁니다. 그런 현대인들에게 요즘 소소하게 유행중인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는데요. 1박 2일의 짧은 여정동안 과연 힐링을 찾을 수 있었을 지 즐겁게 봐주세요!
이번 새만금 잼버리 참가자들이 숙소로 이용하기도 해서 더욱 유명해진 것 같지만, 불교 종파 중 하나인 ‘천태종’의 총괄 행정 기관으로 원래도 찾는 사람들이 많은 소백산 근처의 대규모 사찰입니다.
구인사는 전용 버스정류장이 있어 동서울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구인사행 버스를 타면 바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오후 2시경 템플스테이 입실 예정이어서 아침 일찍 동서울 터미널에서 버스를 탑승했습니다. 터미널에서 절까지는 편도 4시간 정도가 소요되고, 휴게소 대신 단양 정류장에서 잠시 정차합니다.
점심식사는 각자 해결해야 하니 구인사 정류소에 있는 매점에서 컵라면을 드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하루에 출발하는 버스 시간대가 정해져 있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하실 분들은 시간을 꼭 잘 맞춰주세요!
처음 본 구인사의 느낌은 “크다”와 “힘들다” 였습니다. 도로로 정비되어 있기는 하지만 마치 소백산을 타는 듯 경사가 남달라서 모두들 올라가는 것이 힘겨워 보였습니다. 다행히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입구 근처 별도의 숙소에서 지내게 되는데요.
저희가 방문했을 때에는 외부 공사중이어서 약간의 소음과 불편함이 있었지만 내부 방은 굉장히 쾌적하고 에어컨도 있었답니다.
모르는 분들과 섞여 4명이 1실에서 묵게 되었지만 가족이 3인 이상인 경우나 추가 요금을 지불하면 개인 방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템플스테이용 조끼와 바지가 지급되어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섰습니다.
그런데, 핸드폰이 터지지 않습니다. 데이터와 전화 모두 잘 되지 않아서 숙소 밖으로 나와서도 통화가 어려웠습니다.
틈만 나면 음악을 듣고 유튜브를 보던 제게는 고문과도 같았지만 꾹 참아보기로 했습니다.
구인사에서는 그 규모만큼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체계적으로 잘 짜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오리엔테이션에서 설명하시는 담당자분이 외국인들을 위한 영어 동시통역도 해주셨는데 저처럼 무교이거나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간단한 불교 예절 등의 설명 영상도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그램 별 시간과 장소 등 유의사항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곧바로 스님과의 차담 시간을 가졌습니다.
총 108개로 이루어진 나무 구슬을 꿰며 마음을 다잡는 시간을 가지고 간단히 사찰 투어에 나섰습니다.
확실히 엄청난 규모여서 그런지, 한바퀴를 돌아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경사와 계단을 오르내리며 땀이 비오듯 흘렀습니다. 그래도 구인사가 자랑하는 ‘광명전’ 건물은 꼭대기인 7층까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올라갔습니다. (원래는 걸어서 계단으로 다닌다고 합니다.) 불교 분위기가 가득한 장식들이 신기하고 산바람도 솔솔 불어 상쾌했습니다.
투어의 마지막은 시각을 알리는 종을 쳐보며 마무리되었습니다. 특정 시간대에 담당 스님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여러 개의 종을 차례대로 울리시는 것 같았는데 종이 굉장히 크고 묵직해서 소리가 웅웅거리며 산과 바위를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었어요.
저도 스님의 도움을 받아 종을 쳐보았는데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어가서 어려웠습니다.
종을 친 후 저녁 예불에 참석하며 스님을 따라 절도 해봤는데 스님이 외시는 불경을 알아듣지 못하니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아, 그리고 신기한 점은 천태종 불교는 고기를 먹을 수 있고, 비구니인 스님들은 머리카락을 길러도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여기서는 여자분들이 스님인지 아닌지 구분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식사 후에는 숙소로 돌아가 자유시간을 갖는데, 주변을 산책해도 좋으나 밤에는 깜깜해서 산책보다는 모두 그냥 쉬는 것 같았습니다. 핸드폰도 안 되니 저와 친구는 정말 오랜만에 공기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 일찍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새벽 3시 30분쯤에는 아침 예불이 있는데 필수 참여는 아니어서 저는 패스하고 대신 아침 식사를 하러 가기로 했습니다. 아침 식사는 6시까지 식당에 참석해야만 가능했는데, 경사로와 계단을 생각하지 못하고 10분 전에 출발했다가 아슬아슬하게 도착했습니다. 새벽부터 등산을 한 셈이 되어버린 저는 속이 너무 울렁거려 사과 몇 조각만 먹었지만 그래도 새벽 산공기를 오랜만에 마시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시간에 맞춰 체험할 거리가 많았던 이번 템플스테이는 마치 패키지 투어를 한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불교의 편견이 조금 깨지기도 했던 색다른 경험이기도 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