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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한
세부 한달살기
글 ㅣ 안전계획처 김선희 차장
지난 12월 한 달간 아빠인 제가 아이들과 필리핀 세부에서 한 달 살기를 통해 경험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여러분들에게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 우선, 저의 짧은 한 달간의 한정된 경험에 의해 작성되었으니, 일부 내용은 다를 수 있습니다^^
아직 차가운 바람이 불던 22년 3월, 전 저의 육아휴직 마지막 기회(만 8세, 초등 2학년)를 살려 22년 말에는 육아휴직을 반드시 꼭 쓰겠다는 제 자신의 목표를 세웠습니다.
☞ 그리고, 휴직을 하는 기간동안 무엇을 할까 고민 중 자연스레 가족여행이 떠올랐고, 이왕 여행하는 김에 한창 오춘기(?) 중인 초등 5학년 아들과 상큼발랄한 초등 2학년 딸래미와 함께하는 '00 한 달 살기'를 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아이들 엄마는 직장 때문에 한 달간 자유시간).
처음엔 제주? 속초? 남해안? 이렇게 국내 어느 한적한 바닷가에서의 한 달 살기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외국의 ‘00 한 달 살기’를 검색하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고, 결국 가까운 동남아 중 일본?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를 고민 중...
☞ 영어권에다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 때문에 아이와 한 달 살기로 유명한 필리핀 세부로 한 달 살기 목적지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 최근 뉴스입니다. 2022년 필리핀에 입국한 외국인 통계에서 미국(50만명)에 이어 한국(42만명)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필리핀이 이미 한국 사람들에게는 한 달 살기 주무대가 되어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이렇게 ‘필리핀 세부 한 달 살기’를 결정하고 전 이런 그림을 머릿속에 떠올렸습니다.
근데!!! 제가 생각한 그런 조건이 다 부합하는 해변이 아쉽게도 세부 내엔 없었습니다. 일단, 물 맑은 해변가는 세부에서도 몇 시간 가야 나오고, 괜찮은 가이드 역할을 하는 영어튜터가 그곳까지 매일 오는것도 쉽지가 았았습니다.
☞ 그렇게 본격적으로 ‘세부 한 달 살기’의 이것저것을 알아보기 시작하였고, ‘아이와 세부 한 달 살기’를 검색을 하면 할수록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의 어학원 프로그램 정보에 홀려 결국(?) 아이들은 일단 어학원을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 뭐 이참에 아이들은 현지 선생님들인 외국인과 영어에 친해지고, 또 어학원에서 맛있는 점심과 간식까지 챙겨주니 적어도 아이들이 하루에 한끼는 잘 챙겨먹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었습니다.
22년 5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로 인한 각종 출입국 제한조치 등이 대폭 풀린 바로 뒤여서 세부 내 리조트, 어학원 등에서 한 달 살기 특가 상품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하였고,
☞ 이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이 영어와 외국인에게 거부감만 없게만 만들자는 목적으로 (어학연수가 아닌) 영어놀이가 컨셉인 어학원을 선택, 예약, 결재를 하면서 ‘세부 한 달 살기’의 첫 단추가 드디어 끼워졌습니다^^
※ 한 달 살기로 세부를 선택해도 가장 고민인 것이 시티(도심)라이프냐 막탄(시골)라이프냐 인데, 제가 선택한 어학원이 시티에 위치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리는 시티라이프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 당연히(?) 어학원 내부숙소를 생각했는데, 5월 예약 당시, 12월달 내부숙소가 다 마감이어서,
☞ 몇 개의 외부숙소 중 (물개인 아이들을 고려해서) 넓은 수영장을 가진 ‘아비다타워’란 세부시티 내 위치가 갑*인 콘도를 숙소로 선택하였습니다.
※ 세부 내 위치 갑 - 세부 중심가라면 중심가이고 IT 회사가 많이 몰려있으며 택지지구처럼 개발되어 쾌적하고 기반시설 잘 되있고, 교통편리, 주변 편의시설(쇼핑몰, 각종 은행, 대형마트, 식당, 야시장, 버스터미널 등)이 다양하게 많음.
코로나로 인해 몇 년 만에 다시 세부로 취항하는 J항공에서 나온 저렴한 항공편까지 예약을 마치고 나니 ‘한 달 살기’의 가장 기본적인 어학원, 숙소, 항공이 다 해결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여권과 여행자보험, 환전 및 해외사용 체크카드까지 준비하였고 마지막으로 아이들 학교에는 12월 한 달간 연 20일 주어지는 체험학습을 신청하였습니다.
(학원빠지면 보충해서 힘들다며 어렵게 꼬신?) 5학년인 큰아이는 학원에서 미리 받은 12월달분 문제집의 진도를 많이 빼놓는다고 비행기 안에서부터 수학 문제집을, 국제선을 처음 타본 2학년 딸아이는 비행기 좌석에 게임기가 없어서 심심하다고 징징거리며 그렇게 우리의 세부행 비행기는 출발하였습니다.
그!런!데! 비행시간 5시간에 자정 도착인데 연착된 비행기 때문에 예상보다 엄청 늦어진 새벽 2시가 되어서야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고, (영하 10도에 출발해) 갑자기 땀이 주룩주륵 흐르는 영상 30도의 덥고 습한 날씨, 그사이 갑자기 비까지 쏟아지는 변덕스런 날씨에 당황하느라 피곤하고 힘든 것도 못느끼며 우리는 ‘세부 한 달 살기’의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우리를 2시간이나 기다린 픽드랍 나온 어학원 드라이버의 새벽 2시 같지 않은 밝은 표정과 선루프가 장착된 신형 한국산 픽드랍 차량에 숙소까지 무사히 도착해서 안심한 것도 잠시, 제 예상(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동남아 어느 휴향지의 그런 룸)과는 전혀 다른, 그냥 속초의 어느 30년 넘은 콘도에 들어온 느낌의 물과 휴지까지 없는 룸 컨디션에 또다시 당황하며 ‘세부 한 달 살기’의 험난한 여정을 예상하게 되었습니다.
세부 도착 후 우여곡절 끝에 4~5시간 자고 아침에 바로 아이들은 첫날부터 어학원을 보내게 되었고, 전 (한국에서 어느 정도는 가져왔지만) 숙소 주변 마트/다이소 등등에 가서 기본적인 먹거리 및 생활물품을 준비했습니다.
-☞ 자칫 평온해 보일 수 있는 세부에서의 첫 날인데, 구구절절 다 쓰지도 못할 정도로 스펙타클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데이터는 잘 안터지고, 콜택시는 안잡히고, 땀은 주룩주룩 나는데 대낮에도 차는 엄청 막히고 구글지도는 늦게 따라오고ㅋ)
1) 아침,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이틀에 한번은 마트를 가야했고,
2) 청소/빨래/설겆이 등 집안일도 매일 해야했지만,
3) 친해진 세부맘들 사이에 껴서 커피 한잔하기도 하고, 같이 밥먹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4) 숙소 수영장에 혼자가서 수영하는 낭만도 즐기고
5) 한가로운 날엔 여유롭게 소파에 누워 구름 쳐다보며 낮잠도 자기도 했습니다.
6) 미리 예약한 운동도 주 2회 2시간씩 다니고,
7) 영어튜터를 구해 주 2회 2시간씩 스터디(그냥 이런저런 이야기 하는 시간)
아빠 혼자 애들 데리고 고군분투 하는 것이 안쓰러워 보였을 것입니다^^;
▶ 3~4시간 동안 숙소 수영장에서 물놀이
▶ 옆 동네 호텔이나 리조트에 데이유즈(일일 이용권)로 물놀이
▶ 일일 영어튜터를 가이드로 섭외해서 아이들과 유명 몰 투어
▶ 쇼핑몰 저녁시간은 항상 파뤼 타임이었고,
▶ 여기저기 불꽃놀이인데 숙소에서 직관가능했고...
▶ 세부 어디든 펼쳐지는 광란의 파티
▶ 제 생일, 크리스마스 및 저희 송별회엔 이웃집들과 노란색 빈 병, 초록색 빈 병 및 빈 캔들을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잘 적응해서 슬기로운 ‘세부 한 달 살기’를 하고 있는데, 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갔습니다.
어느 덧, 한국으로 돌아가야할 날이 하루이틀 앞으로 다가왔고, 아이들이 어학원 티쳐들에게 선물(과자, 볼펜, 머리끈) 주겠다고 포장하고 편지쓰는 걸 보니 눈물이 핑~ 돌기도 했습니다.
한국으로 출발하는 날 짐싸놓고 저녁 7시까지도 수영장에 풍덩 할 정도로 우리의 ‘세부 한 달 살기’는 큰 아쉬움을 남긴채 공항으로 발걸음을 옴겨야 했습니다.
- 세부는 크게 시티(도심)와 막탄(시골)으로 구성
- 동남아니까 휴양지를 떠올릴 수 있는데, 막탄의 일부 리조트만 그런 느낌
- 시티 대부분도 우리 80~90년대
- 00뉴타운, 00파크가 많고 특히 수 많은 쇼핑몰들이 많은데 그 지역만 새거, 깨끗!!!
※ (거짓말 조금 보태서)세부의 1/3은 산, 1/3은 로컬동네 1/3은 쇼핑몰/호텔/콘도
- 와이파이 없으면 데이터 잘 안터짐(구글 지도 늦게 따라옴)
- 인도가 없는곳도 많고 매연이 심해서 걸어서 5~10분 거리도 택시탐
☞ 세부는 한국처럼 빠르지도 않고 좋지도 않고, 한국에서 당연한 것이 세부는 아닌게 많음
- 택시는 기본요금 1000원 정도(40페소)에 흔히들 다니는 거리는 3,4천원~돈 만원. 안나와서 택시 자주 이용
- 물론 에어컨버스, 뚤린버스(?)인 지프니, 오토바이 등등 다양한 교통수단 있음
- 하지만 대낮에도 차가 너무 많이 막히고 주말엔 더 막힘
- 그리고 저녁시간이나 주말엔 택시가 없음(특히 주말에 자주가는 대형 쇼핑몰 주변)
- 편의점, 마트, 은행 어디든 줄이 길지만 느긋한 현지인들(한국 사람들 속터짐)
- 연말과 크리스마스를 보낸덕에 여기저기 불꽃놀이에 춤추고 노래하는... 파티에 진심인 필리핀 사람들
- 비공식적으로 물려받는 계급제도로 빈부격차 큼
- 전반적으로 사람들은 너~~무 착하고 좋음
- 인건비가 저렴해서 모든 건물들 입구들 마다 가드들이 24시간 총들고 경비
※ 가끔씩 총맞아 죽는사람들 있다는데, 뉴스에 나올정도의 사기/원한 관계의 사건이 아닌 이상은 안전!!
- 아이들과 한달살기 동선?ㅋ 기준 너무 안전함
- 다양하지는 않지만 기본 이상의 음식들
- 대체로 짠음식들이 많지만, 유명한건 다 맛있음
- 단, 양이 많지 않고 음식들이 다양하지 않음.
※ 한국음식이 진짜 다양하다는걸 다시 한번 느낌
- 맛있는 바나나에 놀라고 망고와 망고스틴을 싸게 실컷 먹음
- 세부에는 흔히들 생각하는 해변가가 없음
- 막탄의 리조트에서 지내거나, 세부 앞바다로 호핑을 가거나, 휴양지(보홀, 모알보알 등) 에 가야함
※ 최소 3~4시간 걸리는 빡센 일정 주의
※ 필리핀 세부 어학원 특징
- 미취학 전문, 초등 전문, 중고등, 성인 전문 어학원 각각 다 있음
- 초등 대상은 놀이 위주의 한 달 살기 컨셉도 있고, 교육위주 컨셉도 있음.
- 1주 단위로 등록 가능. 여정에 맞춰 수강 가능(예, 1월 3주차부터 2월2주차까지 4주 가능)
- 필리핀 현지 선생님들의 영어 발음 특성(사투리?) 있음
-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너무 좋아함(필리핀이 특히 모계 사회라 그렇다 함)
☞ 하지만, 같은 숙소 옆집/윗집/아랫집에 다 같은 어학원을 다니는 또래들이 있어서 그 친구들이랑 친해진 순간부터는 저의 배웅없이 아이들끼리 등하원 할 정도로 아이들도 금방 적응하였습니다.
☞ 또 어학원도 아이들을 넘 좋아하는 티쳐들과 서서히 친해지면서 부터 너무 재미있다고 아이들은 얘기해 주었습니다.
☞ 어학원에서 듣기/쓰기/읽기/말하기만 하루 종일하니 (틀린 문법이더라도) 영어로 말하는거 자체엔 거부감을 갖지 않게 되었으며,
(특히, 등하원 시 셔틀차량에도 한명씩 있는 티쳐와 얘기하는 한마디 한마디도 다 영어임~! 선생님들과 친하게 지내는 아이는 영어가 빨리 늘어남)
☞ 초2인 딸래미도 어느 순간부터는 스벅/던킨 등 현지 가게에서 스스로 주문하기 시작했습니다.
☞ 처음엔 불편하고 좋지 않았던 세부 환경도 규칙적인 일상이 되어버리니 금방 익숙해져갔고,
☞ 세부를 나에 맞추면 안되고, 내가 세부에 맞추면 된다는 생각과 하루에 하나만 해도 성공이란 생각으로 모든 것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으니 너무 편하고 재미있었습니다.
☞ 흔치 않게 아빠인 제가 아이들을 데려가서, 어학원 남자 원장님께서 각별히 이것저것 챙겨주셨고, 특히 친해진 주변의 세부맘들이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었습니다.
☞ 그렇게 일상은 바빠졌고, 재미는 두배로, 모자란거 채워졌고, 안되던것도 해결되고, 더 좋은방법, 더 좋은 것들을 얻고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00에서 한 달 살기'는 여러분의 빡빡하고 챗바퀴 같은 일상에 활력소가 되고, 아이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하는 소중한 추억에 여러가지를 보고 느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재방문률이 높은 세부 한 달 살기. 저는 또 출발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