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선 문학마당
아저씨의 고자질
아저씨의 거짓말 홍보처 천필재 과장님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게이트 근무를 하고 있는데 어제 돈을 빌려 갔던 그 아이가 나를 못 본 척하고 그냥 지나가 버렸다. ‘돈을 안 갖고 와서 그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는데 다른 직원과 이야기를 하다가 우연히 그 아이에게 돈을 빌려준 직원이 나 말고도 여럿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모두 받지 못했다는 것도….
나는 내일도 모르는 척하고 지나가면 불러서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날, 역시나 나를 힐끗 보고 모른 척 지나가려고 하기에 옆에 가서 그 아이를 조용히 불렀다. 안전관리실로 데리고 와 다른 직원들도 너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아저씨가 이거 못 본 척하면 안 될 것 같다고 엄마 휴대폰 번호를 말하라고 하니깐, 모른다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이나 되었는데 엄마 휴대폰 번호를 모르는게 말이 되냐고 하니까, 그제야 번호를 부른다. 다 적은 뒤 겁을 주려,
“너 이 번호 틀리면 경찰 아저씨랑 학교 가서 방송으로 너 찾을 거야.”라고 하니까,
다시 번호를 고쳐 쓴다. 크게 될 아이였다. 잘못했다는 말을 계속하기에 기회를 준다며 스스로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여기 직원들에게 빌려 간 돈을 가져오라고 했다. 그렇게 말을 하고 그 아이를 보는데, 안심하는 표정을 보자 싸한 기분이 들면서 부모님께 말씀 안 드리고 어떻게든 돈을 융통해서 올 것 같았다.
송정초등학교에 다니는 ***아. 엄마한테 전화 안 한다고 했지만 네 미래를 위해 전화를 해야겠다. 너도 느껴봐라. 배신감.
다음날 교대시간에 전날 오후 근무자가 출근하여 어제 저녁에 그 아이와 어머니가 역에 찾아오셨다고 했다. 어머니는 딸이 그러는 줄 전혀 몰랐다며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우셨다고 했다. 어머니가 우니까, 아이도 따라 울었다고 했다. 아직 자녀가 어린 나이라 그 놀람이 크셨던 것 같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하시면서 빌려 간 돈을 다 주셨다고 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자식의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한다. 입히고 먹이고 씻기고 어느 것 하나 자신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게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내 손안에 있는 것 같은 아이가 상상도 못 한 일을 했으니 얼마나 충격이 컸을까?
어릴 때 다들 부모님의 눈을 피해 잘못된 행동을 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보통 그 수법이 뻔하고 연기가 서툴러 곧 들통이 나지만 말이다. 그런데 만약 그 일이 고쳐지는 과정이 없이 반복된다면 그 잘못된 행동의 크기는 점점 커질 것이다.
나는 그 아이에 대한 나의 개입이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때 그 아이는 원하지 않는 간섭이었겠지만, 언젠가 커서 그날을 추억해보는 날이 온다면 엄마에게 고자질 한 나를 좋게 생각해주는 때가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