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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추천도서 -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이번호 웹진에 소개해 드릴 도서는 1999년 미국 콜럼바인 고등학교의 총격 사건 가해자 부모의 슬픈 고백을 담은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입니다. 저자 수 클리볼드는 가해자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입니다. 청소년 범죄가 날로 흉폭해지고 있는 요즘 한 번쯤 읽어볼 만한 도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의 근원적인 폭력성과 이를 예방하기 위한 내용을 담은 이 책을 역운영처 천필재 과장님이 추천해드립니다.

작년 5월에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아내와 아기를 갖기 위해 3~4년 정도를 노력한 뒤에 얻게 된 자식이기에 그 기쁨은 더 컸습니다. 강보에 싸인 아들을 보면서 이 아이가 커서 자아가 형성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게 될 때를 상상하는 것은 당첨된 복권을 긁는 것 같은 설렘이었습니다.

저처럼 모든 부모들이 자식을 갖게 되었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충만함을 느끼고 자식은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살 거라고 기대와 확신을 했을 것입니다.

이제 8개월이 된 아들은 먹는 것, 싸는 것, 잠드는 것 하나 저와 아내 손을 거치지 않는 게 없어서 마치 저는 이 아이의 모든 것을 컨트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을 느낍니다. 하지만 압니다. 곧 이 아이는 제 손을 벗어난 나비처럼 제가 예측할 수 없는 날개짓을 하며 날아갈 것을요.

제가 책을 소개해드리기 전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모든 부모가 자신의 자식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불편한 감정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도려내고 싶은 그 순간을 담담하게 적어간 이 책은 부모로서 도망가지 않고 같이 공감해봐야 될 의미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1999년 미국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졸업반 학생 2명이 교내에서 무작위로 총을 난사해 13명을 죽이고 24명을 부상을 입힌 후 자신들은 자살하는 사건의 가해자 중 한 학생의 어머니가 시간이 지나서 자신의 아들과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입니다.

사건내용, 사건 발생 후 경찰과 FBI가 그 2명이 사건을 일으킨 동기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특별한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한동안은 부모가 무관심하고, 무책임하고, 학대를 해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이, 저도 그렇고 미성년의 범죄가 발생하면 많은 부분이 부모의 잘못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상당 부분은 그럴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 사건에 대해서도 그렇게 규정짓고 결론내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수 클리볼드는 자식의 교육에 헌신적이었고, 집안은 화목했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집이었습니다. 심지어 딜런(수 클리볼드의 아들)은 자신이 곧 진학할 대학에 가족과 함께 구경도 하지만 얼마 뒤 그 끔찍한 사건을 저질러버렸습니다. 착한 아들 노릇을 하면서 그 사건을 진행시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처럼 훌륭한 어머니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대학에서 장애인 학생들을 가르쳤기 때문에 보통의 어머니보다 교육에 대해 깊은 이해와 지식이 있었습니다. 아들에 대한 사랑도 지극해서 늘 대화하고 많은 것을 함께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스스로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책을 보면 한편으로는 다른 가해자인 에릭때문에 자신의 아들이 그런 사건을 저질렀다고 믿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아들이 그런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지나서 돌이켜보면 징후라고 볼 수 있었던 일들이 몇몇 있다고도 했습니다. 물론 이 일이 발생했기에 그렇게 다시 생각해보게 된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의 자녀교육에 대해 자신감이 없어지고 가뜩이나 경쟁을 부추기는 우리 사회라서 더 두려워지기도 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뭘 이런 극단적인 경우를 가지고 걱정을 하냐?’ 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경중은 다르겠지만 이런 사건은 늘 언제나 있습니다. 발생한 뒤 후회는 의미가 없습니다. 자녀의 삶은 부모와 강력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자녀가 불행한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부모는 없을 것입니다.

미래에 저의 아들이 어떻게 자랄지는 모릅니다. 세월이 흐르고 아들이 커가는 동안 가끔 이 책을 떠올리며 스스로의 자만에 빠지지 않고 수 클리볼드의 경고를 기억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내게는 절대 있을 일이 아니야’, 가 아니라 혹시나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 라는 생각을 가지신 분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끝으로 수 클리볼드가 자신의 생명을 주고서라도 돌리고 싶은 그 순간이 있다고 했습니다. 끊임없이 그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그 순간은 딜런이 사건을 벌이기 전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그런 순간이 없기를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