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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추천도서 -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이번호 웹진에 소개해 드릴 도서는 『카모메 식당』으로 유명한 일본 작가 무레 요코의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입니다. 1995년 발간된 이 책은 할머니의 일상을 통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일본 사회에 대한 담론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또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어 다양한 이슈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에세이가 오늘의 우리 혹은 미래의 우리를 가늠해 볼 기준점이 되리라 생각하며 안전환경실 장정길 차장님이 소개해 드립니다.

무레 요코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은 그녀의 소설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을 드라마로 접하고 난 후였습니다. 일드 특유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대사와 주인공이 만들어 내는 수프와 빵, 그날의 하루를 마감하는 모습들이 일본인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특별한 에피소드 없이 소소한 이야기를 담당하게 풀어가는 방식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얼마 뒤 읽게 된 『일하지 않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 쭉 일을 하지 않는 삶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제게 조금은 생소하고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일하지 않는다고 축 쳐지고 힘없는 생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자기에게 집중하는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것으로 보며 재미를 느꼈습니다. 작가의 유쾌하고 유머 있는 문장 또한 정말 좋았습니다.

제가 소개해 드릴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또한 일본 작가 무레 요코의 에세이로 그녀의 아흔 살 할머니에 대한 에피소드를 특유의 밝은 문체로 담고 있습니다. ‘무조건 오래 사는 삶이 행복할까? 나는 몇 살까지 살고 싶은가’에 대해서 사람들은 흔히 생각하곤 합니다. 저 또한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나이까지 살고 싶다고 생각했고 아흔이라는 말을 들으면 정말 오래 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이미 조부모님이 돌아가셨고 그 연령대 어르신들은 늘 편찮으시고 병원에 다니셔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보니 모모요 할머니의 생활을 읽어 보고 좀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모요 할머니는 머리회전도 빠를 뿐 아니라 동작도 민첩하여 손녀인 무레 요코보다도 건강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아흔 살의 모모요는 시골에서 혼자 도쿄에 상경했습니다. 도쿄는 실제로 정말 복잡하고 지하철에 건물에 젊은 저에게도 정신이 없는 도시인데 이곳에 혼자 와서 차근차근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를 실천에 옮깁니다.

1. 호텔에 혼자 숙박하기 2. 우에노 동물원에 판다 보러 가기 3. 도쿄 돔 견학하기 4.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놀기 5. 할머니의 하라주쿠에서 쇼핑하기

위 다섯 가지는 아흔 살 할머니가 아닌 평범한 젊은이들도 도쿄에서 하고 싶은 일들이며 동시에 바쁘고 힘든 일정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흔 살 할머니는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성취해갑니다. 일반적인 할머니라면 도쿄 돔이 아니라 신사나 황궁을 찾을 텐데... 사실 제가 프로야구 광팬인 만큼 도쿄 돔을 찾아가서 견학하는 건 공감되는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아흔살 할머니의 팬심은 실로 대단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디즈니랜드에 가서 놀이 기구까지 즐기는 열정... 아마 더 익스트림한 놀이기구도 나이로 인한 입장 제한이 없었더라면 탔을 것입니다.

나이를 보고 가늠하셨듯이 모모요 할머니는 대한민국의 일제강점기를 겪은 일본인입니다. 물론 일본인들에게는 2차 세계대전을 겪었다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일본인 입장에서 눈물이 날 정도로 슬프고 힘든 시절이었습니다. 우리 민족에게는 더없이 화나고 힘들고 아직까지도 일본인에 대한 악감정이 있을 정도지만 작가는 일본인에게 2차 세계대전 또한 가슴 아프고 힘든 시절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모모요 할머니는 상점을 하는 부모님 밑에서 학교도 다니고 힘들지 않게 살았으나 남편이 죽고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삶이 180도 바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남편 없이 홀로 아이들을 키워야하는 입장임에도 여태껏 돈을 벌어본 적도 없었음에도 삶에 대한 회의나 원망 없이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그녀의 인생을 통해 삶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와 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요리나 살림은 잘 못하지만 자기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는 집중력이 매우 높은 모모요 할머니. 그녀의 열정과 적극적인 삶의 태도가 그녀를 더욱 건강하고 밝게 만든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 먹는 것과 노인이 되는 것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고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또한 많은 제게 씩씩하고 바지런하며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한 모습의 할머니는 인생의 이정표를 제시해주고 있는 듯 했습니다.

모모요 할머니를 보고 있자면 영화 <인턴>의 로버트 드니로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됩니다. 그가 연기한 70세의 벤 휘태커는 은퇴 후 새로운 세상에 들어가 젊은이들과 어울려 일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냅니다. 한마디로 지혜로운 은퇴자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것에 두려워하고 자신의 삶에 안주하고자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을 제대로 볼 줄 알고 자신의 능력,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며 자신이 속한 세상에서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는 것이 21세기의 바람직한 어른의 모습이 아닐까요? 저 또한 그렇게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끝으로....

비록 모모요 할머니는 아흔 여섯 해까지 살았지만, 그녀의 생전의 모습을 잘 기억하고 있던 무레 요코님의 손을 통해 책 속에서 다시 태어나 영원히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할머니의 다이어트 이야기, 화투를 배운 할머니, 선물에 대한 할머니의 좋고 싫음의 명확함 등 할머니의 에피소드는 하나같이 잔잔하지만 특별하고 재미있습니다. 누군가를 이토록 열심히 관찰하고 글로 썼다는 것 역시 작가님의 할머니에 대한 애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요? 저도 애정하는 것들에 대해 한번쯤 글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단순하지만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을 술술 써 내려가는 무레 요코 작가님의 다른 글들도 읽고 싶어지실 겁니다.

무더운 여름, 독자 여러분들도 에어컨 바람 아래 시원한 음료 한 잔과 함께 무레 요코 홀릭에 빠져보시는 건 어떨까요?